'노동능력 상실률' 새 산정기준 나왔다
관리자
[ 2010-09-09 ]
'노동능력 상실률' 새 산정기준 나왔다
정형외과에 치우친 맥브라이드 방식 47년만에 탈피
직업 1,206개로 구분한 후 43개 직업군으로 분류
장애가 직업에 영향 미치는 정도는 7단계로 나눠
새로운 노동능력상실률 산정기준이 완성됐다. 이 기준이 시행되면 손해배상 금액이나 보험료가 달라질뿐만 아니라 산업재해 등의 노동능력상실률 평가기준을 대체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새 기준에 따르면 척추장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은 종전보다 낮게 인정되고 팔이 절단되는 등 상지장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은 더 높게 인정된다.
대법원은 9일 손해배상사건에서 노동능력상실률을 계산하는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사)대한의학회에 발주한 연구용역결과를 지난 6월 건네받아 내부검토를 해왔다. 대법원은 앞으로 대한변호사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관계기관으로부터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노동능력상실률 산정기준을 실제 재판에 시범적용할 예정이다. 이후 6개월 이상 시범적용을 한 뒤 전국 법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에는 새롭게 만들어진 노동능력상실률 산정기준을 이용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재판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기존 노동능력상실률 산정기준 47년만에 변화= 50여년 전 사지의 일부를 잃은 사람과 지금 같은 장애를 입은 사람의 신체장애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1963년 개정된 맥브라이드방식으로 노동능력상실률이 정해졌다. 지금 생긴 장애에 대해서도 반세기 전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왔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맥브라이드방식이 63년 6차로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개정되지 않아 실무에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하는 방법과 현실 사이에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맥브라이드방식의 경우 장애종류가 정형외과에 치우쳐 있고 일부 신체영역에 대한 장애평가는 아예 누락돼 있기도 하다. 직업도 약 280여개 직종으로 육체노동자에 한정돼 시대변화에 따른 다양한 직업을 반영하지 못했다.
대한의학회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91.5%가 노동능력상실률 평가기준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보상원칙에 관해서도 직업유지여부에 따라 보상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68.3%, 보상방법도 개인차를 고려한 개별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70.6%를 차지해 노동능력상실률을 계산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 장애종류가 직업군에 영향미치는 정도 7단계로 나눠= 이러한 문제점을 반영해 대한의학회는 현대 직업군과 노동능력 반영비율을 다시 조사·분석했다. 장애가 발생하기 이전의 직업과 신체장애의 종류에 따라 정확한 노동능력 상실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미국의학협회(AMA)의 장해평가표를 참고해 새 기준을 마련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기준은 우리나라의 표준직업분류를 적용했다. 표준직업분류에 따라 직업을 1,206개로 구분하고 각 직업에 관련한 한국직업사전을 토대로 다시 43개 직업군을 분류했다. 또 장애가 직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7단계로 나눴다. 장애가 직업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를 1군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경우를 7군으로 해 총 7단계로 직업계수를 나눴다. 신체장애율에 각 단계별 직업계수를 적용하면 구체적인 노동능력상실률이 산정된다. 신체장애율과 직업계수가 증가할수록 노동능력상실률도 높아진다.
◇ 기존 맥브라이드표와 비교해보면= 기존 맥브라이드방식과 새로운 방식을 비교해보면 상지장애의 경우 새 기준을 적용하면 노동능력 상실률이 더 높게 인정되고 척추장애는 맥브라이드방식을 적용했을 때 노동능력상실률이 더 높게 인정된다.
함윤식 법원행정처 민사심의관은 “팔이나 손 등의 장애는 과거보다 현재 더 중요한 장애로 취급돼 AMA기준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이 더 높게 인정되고 척추장애의 경우 과거에는 치료법이 없었지만 의학의 발달로 지금은 치료가 가능하다”며 “새로운 노동능력상실률 산정기준이 현재상황을 더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산재보험지급률이 가장 높은 두 팔이 절단된 경우 기존 맥브라이드방식에 따르면 신체장애율은 75%, 노등능력상실률은 75~88%가 인정됐다. 하지만 새 방식에 의하면 이 경우 신체장애율은 84%까지 올라가고 노동능력상실률도 89~95%까지 인정된다. 팔 등이 절단되는 상지장애의 경우 새 방식이 맥브라이드방식보다 신체장애율이나 노동능력상실률을 더 높게 인정하는데 이는 기존 맥브라이드에서 상지의 비중이 전신장애율의 50%, 상지 중 손의 비중이 80%인데 비해 대한의학회가 참고한 미국 AMA기준은 상지의 비중을 60%, 상지 중 손의 비중을 90%로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깨관절이나 손허리뼈 등에 관한 신체장애율, 노동능력상실률은 새 방식이 더 높게 인정하는 편이다. 또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 과거 맥브라이드방식에 의하면 신체장애율과 노동능력상실률 모두 100%를 인정받았으나, 새 기준에 의하면 신체장애율이 50%로, 노동능력상실률은 50~68%로 각각 떨어진다. 과거와 달리 보청기나 수화로 인해 청력상실의 경우에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두 눈이 실명된 경우에도 맥브라이드방식은 신체장애율은 85%로 인정했지만 안과기준에 대한 노동능력상실률을 측정하지 않았다. 새 기준에 의하면 두 눈이 실명된 경우에도 92~96%의 노동능력상실률이 인정된다. 두 다리가 절단된 경우도 기존 맥브라이드방식이 신체장애율 58%, 노동능력상실률 58~83%을 인정했다면 새 방식은 신체장애율 64%, 노동능력상실률 67~81%을 인정한다. 반면, 척추뼈가 외부의 압박을 받아 골절된 요추압박골절과 요추전방전위증은 맥브라이드방식이 새 방식보다 신체장애율을 더 높게 인정한다. 노동능력상실률도 맥브라이드방식으로는 63~86%까지 인정되지만 새 방식으로 계산하면 28~40% 인정된다.
함 심의관은 “이번에 정리된 기준이 연구의 최종결과이기 때문에 시범적용 후 그 결과를 반영해 최대한 빨리 실무에 새 기준을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며 “하지만 전체 확대 적용되기 전까지 판결은 맥브라이드표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법률신문 정수정 기자 suall@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