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구긴 복지부… ② ′의료중재원, 사실상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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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불참선언에 법적대응 검토, 작은사안 중재기관 전락 가능성
아시아투데이 이철현 기자 = 보건복지부가 추진, 시행한 의료분쟁조정 제도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제도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시행 전부터 큰 마찰을 빚었지만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시행 초기부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8일 의료분쟁의 시간적, 경제적 부분을 최소화하고 의료사고 피해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출범시켰다.
의료중재원은 환자 측과 병원 측이 의료중재원을 통한 중재 합의가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불참 선언으로 의료중재원을 통한 해결보다 예전과 똑같이 법정에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의료중재원에서는 상담건수는 많지만 중재 건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부인과계는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문제를 두고 복지부와 정면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을 정부와 산부인과가 각각 절반씩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7대3 비율로 조정,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 분만 의료사고 보상 시행은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분담 비율은 시행 후 3년간 검토를 거쳐 재조정키로 했으며 3000만원 이내에서 사고의 정도를 고려해 보상하게 된다. 이를 제외한 사안은 의료중재원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산부인과계는 여전히 정부가 100%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만 않으면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무과실 의료사고인데 의료기관이 나서서 보상하라는 것은 결국 과실을 인정하라는 것과 같다"며 "무과실 무책임 원칙에 위배되는 만큼 법적 대응 등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산원에서도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복지부가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으로 대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한조산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 방침에 따르고 있다"며 "정상분만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분만사고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조산원에서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 고양의 A 조산원 관계자는 "이상분만 환자가 찾아오는 경우도 가끔 있는데 그럴 때는 곧바로 병원 산부인과로 보낸다"며 "이것이 지금처럼 빠른 이송을 통해 산부인과에서 적극 나서는 모습을 앞으로도 기대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전공의협의회에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산부인과전공의협 관계자는 "2006년부터 7년 연속 산부인과 전공의가 미달사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산부인과 의사에게 무과실 사고에 대한 원죄를 짊어지게 하면 분만 기피현상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도 의료사고 손해배상 대불금을 의료계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전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법정공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사전문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644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