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실태 충격] 수술 실수·투약 오류·병원내 감염…환자 9.2% 당했다
관리자
일반인들은 보통 병원을 ‘안전지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일반 인식이 잘못돼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수술 실수, 투약 오류, 병원 내 감염 등 의료진 잘못이나 부주의로 환자가 영구 장애를 겪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들이 부지불식간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이상일 교수팀이 22일 발표한 국내 환자안전관리 보고서는 이렇듯 진료 과정에서 뜻밖의 안전사고를 겪어 사망하거나 장애를 당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교수는 “수년 전부터 환자안전을 위해 전국적인 오류 보고체계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메아리 없는 ‘나 홀로’ 외침으로 그치고 있다”며 “환자의 억울한 희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국내 병원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인 실수 즉시 보고, 대응 체제 구축 시급=실제로 얼마나 많은 환자가 이 같은 의료 과오 위험에 노출돼 있을까.
이 교수팀은 국내에선 이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다른 나라의 기존 연구결과에서 밝힌 의료 과오 발생 비율을 바탕으로 국내 의료 과오 발생 건수를 추계했다. 즉, 기존 연구의 의료 과오 비율을 100위까지 줄 세웠을 때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것을 일단 제외하고 25순위 해당 비율을 최저치(4.6%), 75순위 비율을 최대치(12.4%)로 산정해 국내 병원 입원 환자 수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잘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예방 가능 사망자 수를 산출할 때도 똑같이 적용됐다.
그 결과 입원 환자가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의 실수나 잘못으로 상해를 입는 비율이 평균 9.2%(52만8500명)로 분석됐다. 의료 과오에 의한 사망자 수는 이 중 7.4%(3만9109명)로 추정됐다. 위해 사건 발생 환자 중 사망 확률은 최저 4.7%에서 최대 14.2%까지로 잡아 평균 7.4%로 계산됐다. 사망자 가운데 43.5%(1만7012명)는 예방 가능한 경우였다.
이 교수는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6800여명 선인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에어백을 설치하거나 신호체계를 변경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만, 병원에서 이유도 모르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덴마크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물론 남미, 심지어 아프리카 국가들도 1990년대 후반부터 환자의 안전현황 조사와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서 “한국은 환자안전 사각지대”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의료 과오 밝혀 악순환의 고리 끊어야=의료 과오의 상당수는 각종 투약 또는 처치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장이나 간장에 영향을 주는 약은 그 용량을 정밀하게 조절해 투약해야 한다. 용량을 과하게 투여하면 신부전, 간부전 등이 생겨 전신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항응고제를 과다 투여하면 위장 출혈로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 심각성은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한 예로 수술 후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치명적인 폐렴을 합병하는 등 병원성 감염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의료진이 쉬쉬하는 바람에 환자들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결국 환자들은 의심이 들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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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6097907&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