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크는 수술' 했다가 뼈·피부 괴사… "5960만원 배상"
관리자
서울고법 "세브란스 병원, 수술도중 부적합 발견하고도 시술 강행"
'키크는 수술'을 하던 의사가 사전 검사결과와 달리 환자의 뼈가 많이 휘어진 것을 발견하고도 무리하게 강행했다면 병원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키를 늘리는 하지연장술 시술이 늘어나면서 의료분쟁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환자가 승소하는 예는 많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고법 민사17부(재판장 김용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8일 138.5㎝의 저신장증인 A씨가 "무리한 하지연장술로 후유증을 앓게 됐다"며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2011나103917)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병원은 위자료 등 5966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 H씨는 수술 전 방사선 검사 결과를 토대로 예측했던 것보다 종아리 안쪽 뼈(경골) 중심부(골수강)의 안쪽 지름이 좁고 휘어져 '알비지아술'을 시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수술 때 알게 됐다면, 골수강에 구멍을 내는 확공술을 착수하지 않고 즉시 수술을 중단하거나 열성 손상을 최소화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알비지아(Albizzia)술은 하지연장술의 일종으로 절골술 후 확공술을 시행해 금속정을 박는 수술법이다.
재판부는 "H씨가 무리하게 확공술을 시행해 우측 경골과 피부에 화상이 발생해 조직이 괴사하고 피질이 파손됨으로써 화상 흉터와 뼈가 붙지 않는 장애에 이르게 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다각적 치료에도 완치에 이르지 못한 데는 A씨의 체질적 요인 및 재수술 지연 내지 거부 등이 상당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을 위해 병원의 책임을 3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저신장증으로 고민하던 A씨는 1996년 9월 세브란스에서 하지연장술 수술을 받게 됐다. 그런데 뼈에 구멍을 내던 도중 화상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발생해 수술은 중단됐고, 부작용으로 피부 봉합이 되지 않고 감염증세까지 보였다. 이후 2009년까지 수술을 반복해서 받았으나, 현재까지도 수술 부위의 뼈가 제대로 붙지 않는 후유증이 남아있고 화상으로 인한 흉터 제거도 필요한 상황이다. A씨는 2010년 8월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환춘 기자 hanslee@lawtimes.co.kr/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