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보균자에 정기 초음파 검사 안해 간암 발병땐
관리자
병원에도 책임
중앙지법 "위자료 줘야"
의사가 B형 간염 보균자에 대해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은 사이에 환자가 간세포암이 발병해 사망했다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는 최근 간세포암으로 사망한 김모씨의 유족이 내과의사 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09가합122819)에서 “서씨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1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일반인보다 간암 발생의 위험성이 약 10~10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한간암연구회 등이 2009년에 제정한 간암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위험군에 대한 간세포암종 감시검사를 6~12개월 간격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시검사란 복부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를 말한다.
재판부는 “김씨는 1999년 서씨에게 B형 간염이라는 사실을 알렸다”며 “서씨는 고위험군인 김씨에게 6~12월 간격으로 복부초음파검사 등을 실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실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는 2009년 5월 간세포암 의증으로 진단받았는데, 환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1개월만에 간세포암종이 발생해 18×14㎝ 크기로 자랄 가능성은 낮다”며 “서씨가 복부초음파 검사를 한 2009년 4월에는 상당한 크기의 간세포암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 이를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2009년 4월에 간세포암으로 진단받았어도 사망의 결과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간암 조기발견 기회를 놓친 데 대한 정신적 손해만을 인정했다.
김씨는 1999년 12월부터 서씨가 서울 강남구에서 운영하는 내과에서 고혈압, 당뇨 질환에 대해 진료를 받았다. 당시 김씨는 서씨에게 자신이 B형 간염 보균자이며 모친이 간경화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서씨는 따로 복부초음파 검사 등을 하지 않았다. 서씨는 2009년 4월에야 복부초음파 검사를 실시했지만 지방간이 있다는 진단만 했다. 그런데 김씨가 5월 교통사고로 다른 병원에 입원해 받은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간세포암 의증으로 진단받았고, 순천향대 병원에 옮겨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8월 사망했다.
이환춘 기자 hanslee@lawtimes.co.kr/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