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감염관리, 완전범죄로 가려져 있다"
관리자
"내시경 감염관리, 완전범죄로 가려져 있다"
PD수첩, 병원 감염 관리 실태 강도높은 비판 제기
국민의 알권리 보장인가, 병원을 표적으로 한 마녀사냥인가.
방영전부터 '의사 죽이기식 마녀사냥'이라며 논란을 몰고 왔던 PD수첩 '병원의 위험한 비밀'편이 1일 방송됐다.
PD수첩은 밀착취재 형식으로 내과 병·의원과 산부인과 병·의원의 감염관리 실태를 보도하면서 국내에서 내시경으로 인한 감염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병원균 잠복기간에 따른 완전범죄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병·의원들의 감염 관리 실정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PD수첩의 보도내용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내과 병·의원들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정한 내시경 소독방법인 세척→소독→헹굼→건조→보관 5단계를 거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내과의 경우 환자가 내시경을 마치고 나가자 간호사가 고무장갑을 끼더니 두루마리 화장지를 서너번 말아서 내시경을 닦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이 간호사가 내시경을 닦기 위해 끼웠던 고무장갑은 쓰레기통에 걸처져 있던 것으로 보도됐다.
또한 서울의 또 다른 내과의 경우는 내시경 후 체액이 육안으로도 확인되는 상황이었지만 중성세제로 닦은 후 선반에 놓여있던 수건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심지어 이 내과 원장은 내시경학회가 제정한 '내시경 소독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 병원 간호사는 "한번 사용하고 내시경을 세척하는 병원이 진짜 있기는 하냐"고 취재진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특히 암 검진시 조직검사를 위해 내시경에 삽입해 사용하는 생검겸자의 경우는 더욱더 심각한 상황에 있었다.
내시경학회가 최근 생검겸자에 대한 소독률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5%가 하루동안 사용 후 일괄적으로 소독한다고 응답했으며 소독을 하지 않는다는 의사도 8%에 달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세척기에서 꺼낸 겸자를 맨손으로 운반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으며 선반에 놓여있던 수건으로 문지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진은 "미국의 경우 사용한 생검겸자는 고압멸균기로 소독해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며 "국내에는 이러한 법률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병의원의 이러한 실태를 알고 있는 내시경 수입업자들은 아예 자신이 수입한 내시경을 들고 가서 검사를 받는가 하면 병원의 직원이나 그 가족들은 무조건 1번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으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PD수첩은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대형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경우는 자동세척기가 구비돼 있음에도 내시경 검사가 끝나자 중성세제로 내시경 세척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이 병원의 경우 복지부가 실시한 의료기관평가에서 감염관리 성적이 전국 최상위에 달했다"며 허술한 관리규정과 평가방법을 비꼬았다.
이어 제작진은 "20여곳의 내과 병의원을 취재했지만 소독가이드라인 따르는 병원은 2곳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전 세계적으로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으로 인한 감염 피해 사례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신고된 감염 사례가 없는 이유에 대해 병원균 잠복기간에 의한 완전범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제작진은 "내시경으로 전염될 수 있는 B형간염, 에이즈 등은 전염 후 발병시기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며 "때문에 소독되지 않은 내시경에 의해 병원균에 감염됐어도 이를 내시경에 의한 것으로 규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작진은 "이러한 이유로 현재 내시경은 완전범죄의 상황속에서 병원균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인복기자 (iblee@medigatenews.com)
기사등록수정 일시 : 2006-08-02 / 06:5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