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호흡증후군 병사에 과도한 체력단련훈련, 국가는 자살병사 가족에 손해배상해야
관리자
과호흡증후군 병사에 과도한 체력단련훈련, 국가는 자살병사 가족에 손해배상해야
중앙지법, 원고 일부승소 판결
과호흡증후군 병사가 과도한 체력강화훈련과 질책 등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경우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최종한 부장판사)는 지난 3일 군부대에서 목을 매 자살한 변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9가합13762)에서 “국가는 7,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7년 입대해 통신병으로 근무하던 변씨는 과호흡증후군으로 여러 차례 행군에서 낙오해 부대로 복귀했다. 과호흡증후군이란 정신적 이유 등으로 심호흡을 너무 깊게 또는 빨리해 발생하는 호흡장애로, 약물치료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등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하지만 부대에서는 과호흡증후군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원인을 체력약화라고 판단해 ‘덤밸 어깨매고 앉아 일어서기’, ‘군장매고 영내 오르막 경사 오르내리기’, 금연, 포상휴가 통제 등의 지시를 했다. 부대장은 변씨의 증상을 ‘호흡곤란증세’라며 ‘과호흡증세’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변씨는 또 군단음어경연대회를 앞둔 자체평가에서 4회 연속으로 불합격했고, 이로 인해 체력단련강화, 외박 통제 등 제재를 당하고, 선임병들에게도 지속적으로 폭언과 질책에 시달렸다. 결국 변씨는 지난해 11월 의무실 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고, 변씨의 유족은 지난 2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생활이 중시되는 군대에서는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질책, 폭언 등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클 수 있다”며 “변씨가 과호흡증후군, 행군낙오, 벌점과다로 인한 얼차려 및 선임병 등의 지속적인 질책 등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 등이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해 결국 자살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선임병들이 변씨에 가한 부당한 행위와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오히려 개인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제재를 취한 지휘관들의 행위는 이들의 직무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국가는 국가배상법 제2조1항 본문에 의해 변씨 및 유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변씨가 심리적 부담감을 스스로 자제하지 못한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잘못이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25%로 제한했다.
이환춘 기자 hanslee@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