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실로 인한 신체침해 위자료 인정되면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 별도 청구 못해
관리자
의사과실로 인한 신체침해 위자료 인정되면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 별도 청구 못해
의사출신 문현호 재판연구관 주장
의사의 진료과실로 인해 다친 부분(신체침해)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됐다면, 의사가 설명을 부실하게 해 환자가 치료에 대한 선택을 하는 데 지장이 있었더라도 그 부분(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를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법원 산하 전문분야 연구회인 의료법커뮤니티 회원들은 지난달 29일 대법원 16층 대회의실에서 세미나를 열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들 중 의사의 설명의무와 관련돼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쟁점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세미나에서 의사출신 판사인 문현호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자기결정권 침해 위자료와 진료과실로 인한 신체침해 위자료의 관계’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1차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지향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생명과 신체보호에 있다”며 “대법원이 설명의무의 증명정도에 따라 위자료 뿐만 아니라 전손해배상도 가능하다고 한 것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문 판사는 또 “신체침해라는 나쁜 결과가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했어야 설명의무위반이 비로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여러 판례에서 나쁜 결과의 발생 및 나쁜 결과와 의료행위의 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자기결정권 뿐만 아니라 중대한 결과의 발생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진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위반이 함께 인정될 경우, 진료상 과실로 인한 위자료 이외에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자기결정권 침해 위자료는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설명의무위반은 전통적으로 진료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그 절차상 과실이 인정되면 손해의 일부라도 전보해 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이지, 별도의 손해를 상정해 배상하는 이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문 판사는 “만약 이런 2가지 손해가 서로 별개라고 본다면 설명의무위반은 있지만 해당 설명의무위반과 관련된 의료행위로 인해 나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즉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나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나 또는 의료행위가 아닌 별개의 원인에 의해 나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도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또 문 판사는 의료소송에서의 원고들의 태도와 하급심의 실무경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부분의 원고들은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위반 과실을 주장하면서 손해는 동일하게 주장하고 있다”며 “하급심도 진료상 과실이 인정될 경우 설명의무위반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당사자들도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가 인정되는 경우 설명의무위반 손해를 추가로 인정해 달라고 문제삼은 경우는 이제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문 판사는 이어 “미국, 일본 등에서도 신체침해 위자료 외에 자기결정권 침해 위자료를 별도로 배상하는 내용의 판결은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결정권 침해보다 더 큰 법익인 생명침해로 위자료를 인정하는 이상 설명의무위반은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소영 기자 irene@lawtimes.co.kr/법률신문